어느 책에서 읽은 문단 하나가 자꾸 생각나는 요즘이다.
※ 대통령 : 정식 명칭은 은하 제국 정부 대통령.
‘제국’이라는 단어는 이제 시대착오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계속 사용되고 있다. 선대로부터 제위를 계승한 황제는 거의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그 상태로 몇 세기를 지내오고 있다. 사망 일보 직전의 혼수 상태에서 그는 정지 자장에 가두어졌으며, 그 속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의 자손들은 모두 이미 오래 전에 사망했으며, 이는 결국 권력이 어떤 급격한 정치적 격변도 거치지 않고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한두 단계 아래쪽으로 이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현재 권력은 과거에는 그저 황제의 고문 역할을 했던 조직에 넘어가 있다. 이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통치 협의체로, 그 협의체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주재한다. 사실 권력은 거기에 있지 않다.
특히 대통령은 거의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대통령은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않는다. 표면상으로 대통령은 정부에 의해 선출되지만, 그에게 요구되는 품성은 지도력이 아니라 정교하게 판단된 난폭성이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대통령을 뽑는 것은 항상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다. 대통령은 늘 사람을 화나게 만들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임무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일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자포드 비블브락스는 역대 은하계 대통령들 중 가장 성공적인 대통령이다. 그는 이미 자신의 대통령 임기 10년 중 2년을 사기죄로 감옥에서 보냈다. 대통령과 정부가 실질적으로는 어떠한 권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정말로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소수의 사람들 중에서도 오직 여섯 사람만이 궁극적인 정치 권력을 휘두르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궁극적인 의사 결정 과정은 컴퓨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비밀리에 믿고 있다. 그보다 더 잘못 짚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