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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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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의 계약과 뉴 라이프
 


-타닥타닥

 

  장작이 타면서 나는 소리와 노릇노릇 익어가는 고기 냄새. 산 속에서 모닥불을 피운 채 앉아 있는 모습은 캠핑과 흡사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모습과는 괴리가 있었다. 텐트는커녕 고기를 꽂을 꼬챙이가 없어 적당한 나뭇가지를 대용으로 쓰는 것도 그렇고, 지금 익어가는 게 먹음직스러운 소나 돼지고기가 아닌, 식욕 떨어지는 블루베리색 고기인 것도 한몫했다.

 

  “이거 진짜 먹어도 되는거야? 묘하게 구린내가 나는데.”

 

  고기를 가리키며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 상준에게 아리오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답했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 질문만 벌써 네 번째다. 오늘 네가 잡은 수무키파루는 독초 위주로 먹는 짐승이라, 고기 색은 좀 그렇지만 먹어도 돼. 냄새가 나는 건 네가 손질 중에 내장을 터뜨려서 그런거고.]

 

  얼굴을 찡그리며 꼬치를 하나 집어든 상준은 천천히 고기를 입가로 가져갔다.

 

  -툭

 

  [야! 먹기 싫다고 음식을 버리면….]

 

  소리치던 아리오나는 떨리고 있는 상준의 손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거 나아지긴 하는 거야?”

 

  상준의 질문에 아리오나는 사뭇 진지하게 답했다.

 

  [몰라. 마력 중독은 증상이 비슷해서 말해본 거고, 나는 의사나 학자가 아닌데다 너도 이 세상에 하나뿐인 지구인이잖아. 차원 이동 마법이나 우리가 맺은 고대의 계약이 원인일 수도 있고. 이건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물이나 공기 혹은 다른 원인으로 미지의 병에 걸렸을 수도 있어.]

 

  “희망적인 거짓말보단 낫네. 냉정한 분석 고맙다.”

 

  아 죽겠다. 평소처럼 입버릇을 말하려던 찰나, 아리오나는 말했다.

 

  [최대한 좋게 생각해 보자면 네 몸이 마력에 적응하는 과정일 수도 있어. 실제로 처음엔 픽픽 쓰러지더니 지금은 그러진 않잖아.]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주무르는 상준에게 아리오나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래도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지. 네 빈약한 육체로는 파라니아에서 살아갈 수 없으니까.]

 

  “빈약하다니! 나 정도면 평균이라고!”

 

  발끈한 상준이었지만, 현실은 잔혹하다.

 

  [지구 평균이겠지! 너랑 비슷하게 생긴 인간종은 신체 능력이 하위권이지만, 꾸준히 단련하면 맨주먹으로도 바위에 흠집을 낸다고.]

 

  ‘파라니아의 인간은 괴물인가!’

 

  경악하는 상준에게 아리오나는 아쉬운 투로 말을 꺼내보았지만….

 

  [맘 같아선 항상 내가 나와 있고 싶은데 말이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노려보는 상준에게 능청을 떨었다.

 

  [그렇게 노려보지마~ 어차피 육체의 제어권은 네가 꽉 쥐고 있잖아. 그리고 몇 번 나와 보니까 직접 나오는 것도 못할 짓이더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마력이 줄줄 새서 연비가 나쁜데다, 네 연약한 몸이 망가질까봐 전력을 낼 수가 없어. 거기다 뿔이나 날개까지 생기니까 여기 악마가 있다~ 하고 광고하는 꼴이지. 정말 다급할 때 말고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더라.]

 

  “네 말을 듣고 있자니 정말 미래가 어두워보이네.”

 

  눈에 띄게 안색이 어두워지는 상준에게 아리오나는 말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

 

  절대 좋다곤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상준의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나는 원래 집도 절도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생겼잖아. 그 차이는 커.”

 

  -우적우적

 

  그는 바싹 익은 보라색 고기를 씹었다. 이번엔 떨구지 않으려 부들거리는 양손으로 나뭇가지를 꼬옥 쥐고 있었다. 소년은 다시금 생존이라는 목표를 되새겼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여느 때처럼 남쪽을 향해 날아가는 상준과 아리오나.

 

  -잘그락 잘그락

 

  탄띠를 두르듯 넝쿨로 만든 줄에 꿰어놓은 뿔이며 이빨, 발톱들이 바람에 흔들려 소리가 났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상준은 이내 코를 막으며 말했다.

 

  “야, 이거 냄새 장난 아닌데 몇 개 버리면 안되냐?”

 

  [맘 같아선 우리가 잡은 마수들 가죽이랑 고기까지 싹 다 가져오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서 제일 비싼 부위만 잘라온 거니까 좀 참어.]

 

  절대 반대를 외치는 아리오나에게 상준은 마수의 이빨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다 돈이라는 건 알아. 근데 진짜 이 뿔이랑 이빨 냄새가 너무 난다고!”

 

  마수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사냥꾼들은 마수를 잡고 원하는 부위를 채집하면, 약품 처리를 하여 부패와 악취를 방지한다. 이런 사실을 상준은 물론, 아리오나 역시 몰랐기에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야, 네가 맡아본 적이 없어서 그래. 한 번 맡아보면 생각이 바뀔 걸?”

 

  바람에 흔들리는 발톱을 가리키며 상준은 아리오나에게 맡아보길 권했다. 입가를 씰룩이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갈 길이 먼데 내가 나가면 마력 소모가 심하잖아.]

 

  “저거 저거 싫으니까 변명은….”

 

  아무래도 민망했는지 아리오나는 급하게 화제를 전환했다.

 

  [그것보다 나는 게 너무 불안정한 거 아니야? 너 나는 거 진짜 못한다~]

 

  ‘날개 없이 태어난 것 치고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구만, 괜히 할 말 없으니까 트집은.’

 

  상준은 그녀의 트집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일부러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360도 턴을 하는 등 한바탕 난리를 치더니, 지하철 안내 음성 톤으로 말했다.

 

  “본 항공기는 조종사가 초짜이므로 흔들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서비스가 너무 별로네요. 환불해주세요!]

 

  “불만이 있으신 고객님께서는 나가 뒤지시길 바랍니다~”

 

  [이미 한 번 죽어서 또 죽을 수가 없네요~]

 

  투닥대면서도 둘은 훨훨 날아갔고, 으윽고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진 장대한 사막. 다큐멘터리에서나 보았던 광경은 멀리서 보는 것임에도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감탄하며 날아가는 상준에게 아리오나는 말했다.

 

  [여기서부턴 걸어가자.]

 

  “아직 꽤 남았는데 저공 비행으로 날아가면 안 돼?”

 

  날아다니는 모습을 포착 당하면 위험하다는 건 상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걸으면 아마 해질녘에나 도착할 것이기에 하는 말이었다. 아리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공 비행이면 확실히 눈에 덜 띄지. 주변에 숲도 있고… 하지만 역시 안 돼!]

 

  뭐가 문제냐며 우거지상을 쓰는 상준에게 그녀는 말했다.

 

  [전후좌우 어디서 기습 당해도 대처할 자신 있으면 괜찮아.]

 

  대놓고 못한다는 말에 공연히 심술을 부렸지만, 자신의 비행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마력을 보지 못한다는 것. 마수 같은 위험 생물이 돌아다니는 파라니아에서 마력을 못 본다는 건 꽤나 문제였다. 기습을 피할 수 없다면 하다 못해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어설프게 나는 것보단 걸어가는 게 낫겠지.’

 

  하는 수 없이 내려온 상준은 걷기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냄새나는 전리품이 몇 개나 더 생겼다.

 

  “오….”

 

  멀리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현장감을 느꼈다. 노을로 인해 빨갛게 물든 모래의 산과 학교 운동장과는 비교도 안되는 흙먼지, 그야말로 대사막이었다. 처음엔 자연 그 자체에 놀라던 상준이었지만, 자연스레 그 외에도 눈길이 갔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사람이 많네?’

 

  사막이라 하면 황량하고 메마른 이미지가 박혀 있었기에, 시장 바닥처럼 사람이 바글바글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 인간은 물론이고 질리도록 봤던 뱀파이어나, 말로만 들었던 다른 종족들을 살펴보는 상준에게 아리오나는 설명했다.

 

  [남인들의 국가 제노바는 수도인 반다르가 유일한 도시이자 항구야. 근데 거기가 대륙의 최남단이거든. 여기서 냑타를 타고 부지런히 가도 20일 넘게 걸린다더라.]

 

  ‘그렇게나 오래 걸려? 어쩐지 파는 음식 대부분이 육포처럼 생긴 보존식품이더라….’

 

  애벌레처럼 생긴 음식을 보고 꺼림칙해 하는 상준에게 아리오나는 말했다.

 

  [장기간 여행엔 안 썩는 게 제일인 걸 어떡하겠어~ 그보다 우리는 저쪽으로 가자.]

 

  ‘저쪽?’

 

  그녀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본 상준이었지만, 글자를 몰랐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리오나를 쳐다봤다.

 

  [마수의 시체나 뼈, 가죽을 매입한다고 적혀있어.]

 

  요 며칠 중 가장 밝은 표정이 된 상준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이 구린내 나는 뼈다귀랑 작별이구나!’

 

  “@$@#$%@@&!!”

 

  콧노래까지 부르며 나아가던 그의 고막을 찌르는 소음이 들렸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돌린 상준. 그곳엔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이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남들의 시선따윈 아랑곳 않고 소리치는 그들이 왜 저럴까 궁금하던 찰나, 아리오나가 입을 열었다.

 

  [돈 문제네. 상납금이니 기한이니 하는 말이 오가는 걸로 보아 여자가 남자들한테 돈을 빌렸나 봐.]

 

  ‘아~ 돈 문제야? 그럼 그럴 수 있지.’

 

  괜한 불똥 튀지 않게 조용히 지나가야지. 사뿐히 발걸음을 옮기던 상준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생각하던 의문을 넌지시 꺼냈다.

 

  ‘혹시 이세계 기준으론 내가 특별히 잘생겼다든가 그런거야?’

 

  표정을 찡그리며 아리오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꼭 말을 해도 좀! … 그럼 그 반대는?’

 

  [잘생겼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못 생겼냐고 하면 그것도 애매하지? 그냥 잘나지도 모나지도 않은 개성 없는 얼굴이라고 생각하는데.]

 

  ‘쓸데없는 사족 너무 고맙다.’

 

  왜 그러냐며 대답을 재촉하는 아리오나에게 상준은 대답했다.

 

  ‘여기 왔을 때부터 자꾸 여기저기서 시선을 받고 있다만.’

 

  [그러고 보니….]

 

  잠시 고민하던 아리오나는 자신이 이세계인에게 너무 익숙해졌음을 깨달았다.

 

  [네 옷 좀 봐, 그 모습이면 시선을 끌 수 밖에 없지.]

 

  주변과 자신의 차림새를 몇 번 번갈아 본 상준은 어렵지 않게 이해했다. 판타지 게임에서나 볼 법한 복장 사이에 폴리에스테르 추리닝은 확실히 기이했을 것이다. 거기다 지독한 냄새도 나고 있으니….

 

  ‘다른 것보다 옷 먼저 사야지.’

 

  쇼핑 우선 순위를 정한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매입업자는 인상을 팍 구기더니 한 손으로 코를 잡으며 물건을 살펴봤다. 왜 저러는지 알 것 같았지만, 상준은 구태여 아리오나에게 물었다.

 

  ‘뭐래?’

 

  [이래서 초짜들은… 라는데?]

 

  매입업자에게 돈주머니를 받은 상준은 그 자리에서 열어보았다. 이 세계엔 지폐가 없는지 오로지 동전이었고, 액수의 차이인 건지 크기와 그림이 달랐다. 게임에서 주로 나오는 금화나 은화와는 전혀 다른 푸른색 동전. 컵 모양이 새겨진 가장 큰 동전을 꺼내 만져보았다.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과 비슷하지만, 무게는 더 가벼웠다.

 

  [그건 100 와프야. 맥주잔 모양이 새겨진 게 특징이지.]

 

  ‘와프?’

 

  그게 뭐냐는 상준에게 아리오나는 간단히 설명했다.

 

  [아, 얘기 안 했던가? 연합이 쓰는 화폐 단위야. 나라마다 다른 돈을 쓰면 복잡해서 그런지 연합에 소속된 종족들은 다 와프를 써. 그것보다 빨리 집어 넣어. 여기선 범죄를 당해도 당한 놈이 멍청이 취급 당한다더라.]

 

  상준은 잽싸게 동전을 집어넣고 자리를 옮겼다.

 

  ‘여기가 완전 변방 끄트머리라지만 국경 안인 거잖아. 경비병이나 경찰 이런 거 없어?’

 

  [보통이라면 있겠지만, 제노바는 특이한 나라거든. 나라에 도시가 수도인 반다르 하나뿐인 것부터 해서 이것저것.]

 

  옷을 몸에 대보며 맞는 사이즈를 찾던 상준이 물었다.

 

  ‘나라에 도시가 하나뿐이라고? 국토가 작나? 되게 비효율적인 것 같은데.’

 

  [아니,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작지도 않아. 다만 대부분이 사막이라 바다랑 맞닿은 남쪽 말고는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더라. 그런데 그게 마수한테도 적용되는 건 아니거든.]

 

  ‘사막인데다 마수가 드글거려서 국토의 대부분을 못 쓰면 남는 건 바다랑 사람뿐이네. 수산물이 특산품인가?’

 

  남색 후드가 마음에 들었는지 여벌을 구매하려는 상준에게 마리나는 말했다.

 

  ‘그것도 맞아. 근데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가 제노바만 있는 게 아니거든. 그래서 자기들만 할 수 있는 걸 한 거지.’

 

  ‘자기들만 할 수 있는 거?’

 

  옷을 구매한 후 이번엔 식량을 둘러보며 상준은 물었다.

 

  [중계무역. 우리 모고르 제국이랑 왕래가 있는 둘뿐인 항구인데, 북쪽은 최전선에 가깝기도 하고 심사를 빡빡하게 보는데 반다르항은 여로모로 자유롭거든….]

 

  말끝을 흐리는 아리오나에게 상준은 되물었다.

 

  ‘너네 나라랑 나머지 나라는 전쟁 중이라며? 근데 무역을 해?’

 

  상준의 질문을 들은 그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실컷 웃고 난 뒤 아리오나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독종인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순진한 구석이 있네. 전쟁을 왜 하겠어? 남의 걸 뺏거나 내가 살려고 하는 거잖아. 가만히 있으면 말라 죽게 생겼는데, 적국이든 뭐든 간에 무역을 해야 할 것 아니야. 생선이든 정보든 뭐든 팔아야지.]

 

  ‘다른 연합국들이 그걸 놔둬?’

 

  [꼴 보기 싫겠지. 근데 지들이 어쩔거야 살려고 그런다는데. 다른 국가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서 제노바를 먹여 살려줄거야? 걔네는 이미 하고 있는 게 있어서 그거 못 해.]

 

  ‘도와주는 게 아니라 군대를 끌고 가서 밀어버릴 수도 있잖아. 11 종족 연합이라며, 나머지 10 종족이 밀어붙이면 되는 거 아니야?’

 

  [단순 숫자 비교면 그렇지. 근데 그렇게 되면 같은 대륙 안에 적이 생기는 거니 양면 전쟁이 되는 거잖아. 제노바 치겠다고 최전선에서 군인 수 줄이면 우리는 놀고 있겠어? 거기다 최전선은 한참 북쪽이야, 거기 있는 병력을 여기까지 데려오는 것도 일이지. 어찌어찌 데려왔다고 쳐도 이 환경 좀 봐.]

 

  아리오나는 손부채를 부치는 상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사막 입구인데도 푹푹 찌잖아. 추운 데서 싸우던 애들이런 더위를 참을 수 있을까? 걷기만 해도 사기가 떨어질 걸? 게다가 언제 어디서 마수한테 공격 당할지 모르는 상황은 병사들의 정신을 갉아먹을 거야. 수도 반다르에 도착할 때면 제대로 서있기나 할런지 모르겠네.]

 

  상준이 뭐라 말을 꺼내기 전에 아리오나는 이어 말했다.

 

  [혹여나 해전 이야기 할거면 그것도 무리야. 지구에서 뱃멀미를 하듯 파라니아에는 바다 멀미가 있거든. 아예 물속에서 사는 종족을 빼면 모두 해당되는 거라, 열에 아홉은 바다에서 어지러움이나 구토감을 느낀다고 보면 돼. 그런 상태에서 전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와….”

 

  상준은 놀랐다. 솔직히 그는 아리오나를 말이 공주지 허구한 날 농담 따먹기나 하는 한량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전쟁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은 묘한 카리스마가 흘러나왔다. 대충 책 좀 보고 나불대는 게 아닌 겪어본 자가 풀어내는 듯한 실감이 있었 다. 아리오나에게 압도된 상준이 멍청하게 있던 그때 일이 터졌다.

 

  -탁!

 

  순식간이었다. 들고 있던 돈주머니를 누군가 낚아채 달아났다. 즉시 쫓아갔지만 사람도 많고 해가 지고 있는 탓에 시야가 나빴다. 거기다 들고 있는 옷이며 식량을 버리고 갈 수도 없는 터라, 바리바리 든 채 뛰는 건 매우 불편했다.

 

  “하….”

 

  목끝까지 차오른 숨을 내뱉는 동시에 갑갑함을 표출하는 상준. 결국 날치기는 놓치고 말았다. 옷이나 식량은 샀지만, 제일 중요한 게 아직이었기 때문에 앞날이 막막해졌다.

 

  [혹시 따로 빼두거나 한 돈은 없어?]

 

  ‘제일 큰 동전 두 개 있어.’

 

  [200 와프…. 가이드 인건비랑 냑타 대여비를 생각하면 택도 없는데.]

 

  다시 숲에 돌아가 마수 사냥을 해야하나? 그건 아니야. 결과가 좋아서 그렇지 사냥 한 번 할 때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거기다 그 고생을 해서 잡아도 우리가 챙길 수 있는 건 아주 일부분, 잔뜩 모아서 파는 게 아닌 이상 벌이도 좋지 않다. 솔직히 다른 것보다 시간이 문제였다. 루아마에서 그 난리를 피우고 도망쳤으니 수배자가 됐어도 이상할 게 없다.

 

  [골치 아프네….]

 

  ‘그러게.’

 

  고민에 빠진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

 

  ‘뭐라는 거야?’

 

  상준은 자기 앞에서 떠드는 여성이 뭐라고 하는지 아리오나에게 물었다.

 

  [자기는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음파야 비샤라 라는 사람인데, 반다르까지 호위해 준다면 냑타 대여비 안 받겠다는데?]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게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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