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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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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의 계약과 뉴 라이프




  나는 꿈을 꾸고 있다. 단정 짓듯 말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꿈이란 수면 중에 기억이나 정보가 마구잡이로 재생되는 걸텐데, 나는 이런 일들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듯, 3인칭 시점으로 흘러들어오는 기억을 받아들였다.

 

 

 

  피와 철 그리고 살이 타들어가는 매캐한 냄새.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악취로 가득한 땅에 홀로 서있는 이가 있었다. 여기저기 깨지고 금이 간 갑옷과 투구. 지쳤다는 게 한눈에 보일만큼 들썩이는 어깨. 창에 기대어 있는 모습은 위태롭다는 말이 딱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만신창이나 다름없음에도 연약해보이진 않았다.

 

  -팍!

 

  어디서 힘이 나는 건지 그는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을 찌르고 베면서 앞으로, 오직 앞으로 나아갔다. 무기가 부러질만큼, 입고 있는 갑옷이 적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만큼. 단신으로 한 일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죽이며 나아간 그였지만, 끝끝내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발밑의 시체보다 몇 배나 많은 적 앞에서 그는 절규했다.

 

  “죽여버리겠다!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상처 입은 맹수의 포효. 서슬 퍼런 고함에 적들이 주춤한 사이 그는 주문을 외웠다. 마지막 발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일제히 달려드는 적들. 그의 목에 칼끝이 닿으려던 순간,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리부터 허리, 어깨 점점 사라지는 그를 향해 던져진 창 한 자루. 숨통을 끊진 못했지만, 닳을대로 닳은 투구를 부수기엔 충분했다.

 

  ‘저건….’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선홍색 머리칼이 찬란한 빛 너머로 사라져간다.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던 상준의 귀에 꽂히는 일갈.

 

  [야! 일어나!]

 

  물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얼떨떨해 하는 그에게 아리오나는 지체 없이 본론을 꺼냈다.

 

  [내가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 좀 해줄래?]

 

  “무흐이리르…흐!?”

 

  ‘이게 뭐야!’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잖아. 정확히는 입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아무래도 재갈 같은 게 채워진 것 같다. 영화 속 인질극에서나 봤는데, 역시나 재갈의 사용감은 별로였다. 어서 벗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팔을 움직이고서야 현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짤그랑짤그랑

 

 있는 힘껏 몸을 흔들어보지만, 고작 그 정도로 풀릴 만큼 싸구려는 아니었다. 팔에는 수갑, 발목에는 족쇄, 입에는 재갈이 채워진 채 어두운 공간에 홀로 있다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어라, 생각만 해도 말이 통하네?’

 

  [그러게 이걸로 좀 더 편해지겠네… 가 아니라! 말 돌리지 말고 왜 이런 곳에 붙잡혀 있는지 설명해 보라고!]

 

  고양이처럼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리오나. 그러든 말든 상준을 강 건너 불 보듯 느긋한 투로 말했다.

 

  ‘나름 귀엽긴한데 그렇게 노려보고 쏘아붙여도 생각 안 나는 걸 어떡하라고.’

 

  [흠… 반응이 미묘하네. 너는 기가 쎄고 고압적인 여성이 취향인 거 아니었나?]

 

  ‘츤데레 캐릭터에 푹 빠졌던 시기도 있었지. 그것보다 남의 기억을 허락 없이 읽지 말라고.’

 

  [좀 봐줘~ 자동차니 세탁기니 하는 너네 세계 지식은 재미도 없고, 구멍도 숭숭 나있어서 딱히 도움도 안된다고. 거기다 남의 기억을 본 건 피차일반이잖아?]

 

  역시나 그건 아리오나의 기억이었군. 꿈 속에서 본 모습과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가 동일인물이 맞나 의심이 들었지만, 그런 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었다. 최대한 기억나는 부분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는 상준.

 

  ‘공중에서 떨어지다 의식을 잃고 그 다음에 어떻게 됐더라?’

 

  [이 몸이 친히 널 살려주고자 각고의 노력을 했다고!]

 

  ‘아 베리 땡큐 너무 감사하고.’

 

  [나름 생명의 은인인데 취급이 너무 가벼운 거 아닌가~]

 

  옆에서 찡찡대는 아리오나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기억을 더듬는 상준이었지만, 좀처럼 명확하게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여기 갇혀 있는 것도 그렇고, 몸이 쑤시고 아픈 것도 그렇고 분명 험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생각이 안 나.’

 

  [오, 머릿속에 안개래. 문학적인 표현 좀 봐~]

 

  ‘아니, 비유가 아니라 진짜야. 떠올리면 뿌연 공간 밖에 안 떠오른다고.’

 

  [증기 사우나라도 갔어?]

 

  ‘그, 이름이 뭐더라…. 피라냐에도 사우나가 있어?’

 

  [없지. 그리고 피라냐가 아니라 파라니아! 앞으로 평생 살 곳인데 좀 외워.]

 

  아리오나와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잠시, 쥐 죽은 듯 조용하던 분위기가 깨졌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린다. 한순간이나마 감방 동료가 생기는 건가 생각했던 상준이었지만, 그가 마주한 것은 들어오는 사람이 아닌 들여보내는 사람이었다. 덩치 큰 아저씨랑 귀엽게 생긴 여자애, 서로 닮지도 않았고 어울리지도 않는 한쌍의 등장.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는 상준에게 여자애는 말했다.

 

  ”@#&%!&@#”

 

  ‘뭐래.’

 

  금발 적안이라는 외국인스러운 외모에 어울리는 이국적인 언어. 자기 딴에는 진지하게 말하는 것 같은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듣는 걸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으니 상준은 보는 것에 집중했다.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아.

 

  ‘망했다.’

 

  잊고 있던 충격적인 첫만남을 떠올린 상준의 손바닥과 등이 축축해졌다. 그 사이 마리나는 말을 마쳤고, 아리오나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그에게 물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뭐부터 들을래?]

 

  ‘… 좋은 소식부터.’

 

  [여기가 어디고 저 여자가 누군지 알았어.]

 

  ‘그래? 지금 저렇게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게 자기소개였어?’

 

  [어떻게 보면 그렇지. 포르가리츠가의 영애를 습격한 걸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하더라.]

 

  ‘좋은 소식이라며.’

 

  [좋은 소식 맞아. 포르가리츠라는 말이 나왔잖아.]

 

  ‘그게 뭔데?’

 

  [전에 얘기해 줬었지? 뱀파이어족은 가문의 역사와 얼마나 많은 인재를 배출 했는가에 따라 급이 나뉘는 귀족 중심 사회라고. 그 중 포르가리츠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명 대귀족 가문이야. 일반적인 귀족들과는 달리 국경 근처 변경에 살아서 변경백이라고도 불려.]

 

  ‘들으면 들을수록 아주 거하게 좆됐다는 생각밖에 안드는데, 이게 어딜봐서 좋은 소식이야?’

 

  아리오나는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노골적으로 답답한 티를 냈다.

 

 [하, 이래서 일반인들은… 딱 들었을 때 감이 안 와? 국경 근처라는 건 여기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다른 나라로 도망치기 쉽다는거지.]

 

  ‘그런데 얘네가 도망가게 둘까?’

 

  [그게 바로 나쁜 소식이야. 지금 네 꼴이 단순히 꽁꽁 묶어놓은 것 같아도 되게 신경 쓴 거거든.]

 

  ‘신경 썼다고?’

 

  [응. 네가 차고 있는 수갑은 드레인 스틸이라는 마력을 빨아들이는 특수한 철을 섞은 것 같아. 족쇄는 마법을 쓰는 걸 방해하는 미다세키라는 돌을 섞어 만들었고, 혹여나 네가 웨어울프족일까봐 그들의 약점인 은으로 만든 재갈까지 물려놨어. 이 물건들의 가격만 생각하면 넌 금은보화로 치장하고 있는 셈이지. 뭐 주절주절 이야기 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널 조질 생각으로 온 정성을 쏟았다 이 말이지.]

 

  ‘환장하겠네.’

 

  자신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상준.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리나를 보며, 정확히는 그녀가 들고 있는 방망이에 시선을 집중한 채 물었다.

 

  ‘저것도 뭔가 특별한 거 같아?’

 

  [눈으로만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쟤가 말하는 걸 들어 보면 그냥 평범한 몽둥이인 것 같은데?]

 

  ‘… 혹시나 해서 묻는데 뭐래?’

 

  [일단 시작은 원시적인 것부터 해보자는데?]

 

  뭐라고? 그는 되물을 생각이었지만, 질문보다 빠르게 그의 관자놀이를 강타하는 것이 있었다.

 

  -퍽!

 

  묵직한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이 추가타가 이어졌다. 사람을 무슨 반죽 때리듯이 사정없이 두들기는 마리나. 팔을 들어올려 머리만은 가려보려 하지만, 처음 맞았을 때 뇌진탕이 온 건지 상준은 몸을 가누지 못했다. 날개를 뜯긴 날벌레처럼 땅바닥에 몸을 비비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쯧. 고문을 견디는 훈련이라도 받았을 줄 알았는데, 맷집이 형편 없네요.”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던 것도 잠시, 마리나는 뒤에서 잠자코 있던 남자에게 손짓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들고 있던 가방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 건냈다.

 

  “아직 멀었어요. 몇 대 맞았다고 해서 모든 걸 청산할 순 없답니다.”

 

  마리나는 다 죽어가는 상준의 입을 벌려 병에 든 물약을 부어넣었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도록 정성스레 붓자마자 즉각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으읍! 으으으!! 읔으으!”

 

  산송장이나 다름없어 보이던 상준이 비명을 질렀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팔다리가 묶여있다는 걸 망각한 것처럼 온몸을 거칠게 비틀었다.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킥킥대며 보던 마리나는 말했다.

 

  “감사하도록 하세요. 당신한테 쓴 약, 상당히 비싼 거랍니다. 약장수가 말하길 뼈가 부러지든, 근육이 찢어지든, 아예 가죽을 벗겨버려도 순식간에 회복시켜준다 하더군요. 다만, 부상 정도에 따라 끔찍한 고통이 찾아온다던데… 뭐, 살 수만 있다면 가벼운 대가 아니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금 몽둥이를 들었다. 이제 막 고통이 멈춰서 제정신이 아닌 상준을 내려다보는 마리나의 입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퍽!

 

  무자비한 폭력 후 그 이상으로 끔찍한 치료. 이제 막 30분이 지났을 뿐이지만, 그것은 상준에게 있어 억겁의 시간과도 같았다.

 

  “후, 간만에 땀을 빼니 상쾌하네요. 하지만 이것도 이제 질리니 슬슬 다음 걸로 넘어가 볼까요?”

 

  그렇게 말한 마리나는 다시 한 번 상준의 입에 포션을 들이부었다. 약효가 돌자 고통에 발버둥치는 그를 내버려 둔 채 그녀는 새로운 도구를 꺼냈다. 피로 물든 몽둥이에 비해 귀엽다고 해도 좋을만한, 엄지 손가락의 두 배 정도 크기의 직사각형 나무상자. 그것을 축 늘어져 있는 상준의 검지에 끼웠다.

 

  [저건…? 야, 내가 대신 나갈테니까 빨리 바꿔!]

 

  저게 무엇인지 알아챈 아리오나가 교대하자 말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다시 한 번 상준의 절규가 감옥에 울려퍼졌다. 뽑아낸 손톱을 만지작거리던 그녀였지만, 이내 새 장난감을 원하는 어린아이처럼 상준의 손을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중지 손톱을 뽑으려는 그때였다.

 

  -쾅!

 

  천장을 무너뜨리며 등장한 이가 있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남자는 말했다.

 

  “간만에 만났건만, 그 모진 성품은 여전하구나.”

 

  자신을 향한 붉은 눈동자에 움츠러들지 않고 마리나는 대답했다.

 

  “여동생의 사적인 공간에 흙발로 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라니… 오라버니야 말로 여전하시네요.”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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